어느 스토리 작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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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스토리 작가의 고민

디지쿤스트 2022. 5. 26. 15:24

●우리는 왜 스토리를 읽을까?

 

사람들은 왜 스토리를 좋아하는지, 또 어떤 스토리의 더 끌리는지, 요즘 그것에 관한 고민이 많아서 작법서를 찾아봅니다. 우선, 저는 '대리만족을 위해서'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대리만족이어야 할까요. 그것에 대한 대답은 꽤나 주관적이고 개인적 일 것 같습니다. 저에게 대리만족이란 제가 몰랐던 세계를 배우면서 성장하는 스토리이거나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행복한 결말을 누리는 즐거움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불만을 쌓고 있던 어떤 대상, 사회에 대해 화끈한 복수를 하는 것도 대리만족이 될 수 있겠네요. 

정말이지 배움과 즐거움이 담긴 스토리를 뚝딱뚝딱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의도로 이런 교훈을 담았다고 대놓고 작가의 의도가 드러난 작품은 오히려 작품을 뻔하게 만들어 독자들의 흥미를 빼앗아버리게 됩니다. 늘 인물들을 통해 설명을 하는 투머치토커형이라 망했거든요. 너무 뻔하지도 않으면서, 나름의 가치를 담는다? 과연 이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작가가 등장인물들과 거리를 두고 개입하지 않아야 않아야 하는데, 작품 속 캐릭터와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이 제겐 정말 어렵게 느껴집니다.

 

 

 

 

●스토리가 왜 쓰고 싶을까?

 

강의와 작법서를 그토록 읽었는데도, 한 줄도 써지지가 않을까요?

글쓰기를 좋아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막 쓰기 시작해서 주변 사람들한테 읽히고 비슷한 평을 받고 그렇게 몇 차례 더 도전하던 끝에 그제야 순문처럼 쓰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리고, 웹 스토리(웹툰과 웹소설) 작품을 골라 읽고, 작법서와 강의를 찾아 듣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닥치는 대로 읽었을 때는 너무 나와 결이 다르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요즘은 눈에 읽히는 작품마다 너무 재미있는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랬더니, 또 글을 쓰고픈 의욕이 되살아나더라고요. 그랬더니, 또 스토리가 마구 솟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 그리고는 또 시작을 못하고 묵히고 있어요. 또다시 그림도 그리고 싶고, 이것저것 밀린 작업들이 산재해 있으니 마무리를 해야 하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정말 글 쓰는 걸 방해하고 있었을까요? 

 

강력한 동기 부여가 필요해.

어느 웹소설 작가님의 푸념을 들으면서 의욕이 생기기는커녕 스트레스가 쌓여서 한동안 찾아보질 않았는데, 역시나 괜히 봤다는 생각만 듭니다. 그냥 작품만 읽을 것을요. 작품은 정말 재미나게 쓰시는 데, 실생활은 정말 엉망 그 자체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글을 한창 썼을 때가 오히려 아르바이트하던 때였었거든요. 바쁜 움직임 속에 오히려 더 글감이 떠오르고, 더 매진했었는데 말이에요. 생활에 찌들어 있고, 시간에 쫓길수록 오히려 글 쓰는 일에만 더 매달렸던 것 같아요. 

 

고되고 힘든 스토리 노동이 왜, 계속 하고 싶을까?

 

돈이 된다는 N잡, 투잡, 부업 다양하게 많은 장르를 시도해봤어요. 글만 안 쓴다면, 그냥 글을 그냥 취미로만 쓸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서요. 그런데, 글 쓰는 것만 힘든 게 아니였어요. 몸으로 하는 일은 몸이 부서지고, 손으로 하는 일은 손이 부서지고, 때로는 살림만 하는 것도, 일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많았고요. 동물을 케어하거나, 아픈 가족을 돌보거나 병원에서 간호를 하거나, 예전에 하던 디지털 작업을 다시 배워 손에 익히는 시간까지도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사실, 이 블로그 하나 유지하기도 꽤 어려운 작업이더라고요.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면 꽤 많은 양의 작업양이 쌓여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계절마다 변하는 온도에 무너지는 컨디션으로 며칠을 앓아누웠다 일어났어요. 멍한 시간을 보내며, 대상도 없이 버린 시간에 대한 반쯤 끓어오르는 분노를 오늘의 글을 쓰면서 풀어봅니다. 이야기를 쓰는 것, 스토리를 짜는 것, 그건 그냥 숙명인 것 같아요. 어쩌면 축복, 또는 저주가 될지언정 할 수밖에 없는 노동이 아닐까요. 이젠 그냥 받아들이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