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닥터 스트레인지2 대혼돈의 멀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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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닥터 스트레인지2 대혼돈의 멀티버스

디지쿤스트 2022. 5. 4. 17:47

"ARE YOU HAPPY?"


비몽사몽 개봉일에 보는 마블 영화, 3년 만에 극장을 찾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보고 왔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다음 편을 정말 오래 기다렸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찾은 극장은 쿰쿰한 실내의 냄새, 휑한 매점, 매표소 맞은편에 있던 카페와 놀이시설들이 불이 꺼져 있어서 어색했지만, 극장 가서 보길 잘했다 싶을 만큼 오랜 기다림도 아깝지 않은 재미난 영화였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왜 기다렸을까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영웅이라도 단순히 괴력을 휘두르거나 곤충이나 자연, 물리적 요소를 지닌 히어로에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마법사라고 하니까 뭔가 특별함(?)이 느껴졌나 봅니다. 마블 영화를 보면 미국식 유머라고 할지 아니면 시그니처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한 번씩 악플을 비꼬는 듯한 대사를 넣어서 웃픈 상황을 연출하는데, 이번에도 닥터 스트레인지가 제가 했던 말을 비슷하게 읊조려서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면서 죽어도 죽지 않는 전지전능한 마법을 쓰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고민, 다른 히어로들에게서도 한 번씩 물었던 질문이 이어지더라고요. 과연 대의를 위해서 치르는 희생이 정당한가에 대한 영웅적 고민이라고 할까요. 스펙터클한 액션을 시작부터 퍼붓지만, 분위기는 어둡고 호러스럽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 아무런 정보를 갖고 가지 않아서, 마블 영화인데 뭔가 좀 좀비물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호러 분위기를 담았다는 정보가 있었더라고요. ㅎㄷㄷ



어쩌다 멀티버스를 여행하는 능력을 지닌, (멀티버스 세계를 통틀어 유일하게 하나뿐인 존재) '아메리카 차베즈'라는 인물이 새롭게 등장합니다. 자신의 행복을 채우려 아메리카의 능력을 뺏으려는 완다 (스칼렛 위치), 각자의 세계에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대의를 지키려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다른, 또 다른 스트레인지가 등장합니다.


과연 균형을 깬 대가를 치르더라도, 개인의 행복이 먼저일까요, 아니면 대의가 먼저일까요.
전편에서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내내 당하기만 하는 장면이 많아서 고구마 같은 답답함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덜 합니다. 힘을 지니거나 무기를 휘두르는 캐릭터가 아니다 보니 그렇긴 하겠지만, 그래도 마법을 써서 후련(?)하게 처리를 하는 편이니 전편과 다른 기대를 품고 가셔도 실망을 하진 않을 것 같네요.




완다는 왜 흑화 되었나?


가족도 잃고 외롭던 완다에게 연인이었던 비전마저 없이 홀로 견뎌야 하는 삶에 유일한 행복감이 채워집니다. 바로 드림워킹을 하면서 다른 어느 공간에서 두 아들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인데요. 하지만, 대리만족을 느끼다가 깨어난 현실이 너무나 비극이라서, 그 간극을 이기지 못하고 일을 벌립니다. 아주 이성적인 결과라고 하면서 말이죠.  자신이 직접 행복한 세계에 가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두 아들과의 삶을 지키겠다는 일념에 멀티버스를 열 수 있는 아메리카의 능력을 뺏으려는 거죠.

그렇다고, 어린 시절의 불행, 연인을 잃은 슬픔으로 모든 걸 정당화할 순 없습니다. 비교대상으로 스트레인지의 불행한 과거도 공개됩니다. 비슷한 불행이고 둘 다 외로운 삶이지만, 누군가는 그 삶을 소유하길 원하고, 누군가는 다른 세계의 자신의 선택으로 일으킨 불행을 교훈 삼아 해결책을 찾습니다. 아직 완성단계의 마법사가 아니기에, 이런 진화를 거듭한 닥터 스트레인지의 다음 이야기가 더 기대되기도 하고요.



영화를 보다가 훅, 들어오는 질문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무너진 코로나와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막막하고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 찾았던 대리만족의 수단들, 그러한 매체들을 떠나 본인의 삶에는 얼마큼 만족하고 살고 있을까, 괜찮냐고 물어보기가 겁이 날 정도로 뻥~ 구멍이 난 것 같아요. 오늘은 영화관이라도 조금 부담을 덜고 갈 수 있는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렵니다. 호러스러운 닥터 스트레인지도 나쁘진 않았어요.

덧붙이며*****
쿠키 영상은 2개까지만 보고 왔어요. 더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림을 허탈하게 썩소를 짓게 만들더라고요. ㅎㅎ (아, 마블 얄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