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언론에 소개된 '기생충' 한국의 반지하

일상

외국 언론에 소개된 '기생충' 한국의 반지하

디지쿤스트 2020. 2. 11. 16:11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4관왕 소식에 들떠서 세계 현지에서 전하는 반응이 궁금해서 뉴스를 찾아보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기생충' 반지하에 실제로 사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영국 BBC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을 실제로 직접 취재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없는 주거형태이기 때문에 궁금했을 법도 합니다.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 기택(송강호)의 반지하는 한국에만 있는 주거형태라고 합니다. 우리에겐 익숙한 곳이지만, 영어로 번역할만한 단어가 없어 ‘세미 베이스먼트(semi basement)’라고 했다고 합니다. 기사의 내용을 통해 인용하면, 이 지하층은 원래는 비상 사태시 쓸 목적이었다가 80년대까지 임대하는 것이 불법으로 묶여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서울 등 대도시의 주거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임대를 합법화하면서 주거가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반지하에 관한 이야기인데 외국 기사를 통해 처음 듣는 무심(?)한 한국인입니다.

 

 

BBC 홈페이지

 

저 역시 반지하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사당동에서 사무실 겸 작업실을 구했는데, 그때가 반지하였거든요. 담배 냄새가 계속 풍기는 것 같은 쿰쿰한 냄새와 잠깐씩 들어오는 햇빛 때문에 아무리 치워도 깨끗한 티가 나지 않고 장마가 오면 정말로 천정에서 비가 새기도 했었습니다. 한 2년쯤 지내다가 사무실을 옮겨 지상으로 옮겼습니다. 제가 지내던 그 당시에는 반지하라서 냄새가 나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반지하 창문 너머 취객을 마주하는 장면이나, 비가 와서 물이 넘치는 디테일한 설정을 보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때 기억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지내던 곳이 사당동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실제로 취객이 가끔씩 지나다니긴 했습니다. 사당역 근처라 교통 편이 정말 편해서 맘에 들긴 했는데, 낮에도 어두워서 전기를 계속 틀고 지내야 할 정도라서 피로가 심하긴 하더군요.  

 

영화 '기생충'

 

‘2018년 주거실태조사’ 국토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전국 가구의 38만 가구, 약 1.9%가 지하·반지하·옥탑방에 산다고 합니다. 어느 곳에 살게 되는 이유들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인 생각엔 빈곤한 청년의 상징은 옥탑방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층을 소개한 BBC에서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반지하의 청년을 기사에 실었네요. 영화의 장면을 따라 포즈를 취한 사진도 있어서 재미롭게 보았습니다. 기사엔 반지하를 취향껏 인테리어해서 지내는 젊은 커플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영화에 담긴 장면으로 인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그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무척 재미있기도 합니다. 영화 '기생충'이 미국에선 드라마로도 제작이 된다고 합니다. 과연, 외국 배우들이 한국과는 다른 장면 연출로 어떤 느낌으로 담아질지 궁금해지네요. 매일 신종 코로나 이야기만 하다가 사람들과 다른 이야기로 대화를 나누는 게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대로 바이러스 이야기가 시야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