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혹은 그림자 /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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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혹은 그림자 /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

디지쿤스트 2020. 3. 5. 22:18

집 안에서만 머물러 지내면서 흥미로운 디지털 강의를 신청해서 수강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사러 줄을 서기 위해 나간다는 것이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남은 마스크로 버티면서 당분간 집에 머물러 있기로 하다 보니, 재미있는 거리를 스스로 찾아 계속 제공해야 합니다. 어느덧, 고양이에게 흔들어주던 낚싯대 줄은 끊어지고, 인형 끝 꼬리털은 떨어져 나갔습니다. 대신 캔 사료로 고로롱 소리와 애교를 당분간 연장했습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신경을 긁고 예민함에 예민한 감각이 더해져 어떤 증상은 속을 긁기도 하고, 어떤 증상의 발현은 다른 읽을거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스스로 발현하는 증상들은 고양이 발톱처럼 날카롭게 나타났다가 감춰지기도 합니다. 일상의 하나하나가 답답하단 소립니다. 

 

빛 혹은 그림자 - 문학동네

 

 

이 와중에 재미있는 발상으로 만들어진 소설책 하나가 환기의 역할을 합니다. 바로 "빛 혹은 그림자"라는 호퍼의 작품으로 기획한 작품입니다. 글을 쓰는 방법에 있어서 어떤 이들은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의 개연성 등을 떠올리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반면 어떤 이들은 어떤 장면이나 컨셉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만들어 가기도 한답니다. 이 컨셉 소설은 바로 후자의 방법대로 착안된 소설입니다. 호퍼의 작품으로 소설을 만들어보자는 기획을 대문호들에게 제안했고, 대부분 수락해서 만들어낸 작품이기에 작가 명단도 이야기만큼이나 화려합니다. 분노, 좌절, 복수 등의 요소가 호퍼의 강렬한 색대비만큼 자극적이기도 합니다. 빛 혹은 그림자처럼 그림의 어떤 요소는 반전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인간의 양면을 다양한 방법으로 우려내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재미있습니다.  어떤 작품은 그림에서 인물들이 튀어나와 실제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무척 입체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설을 기획 한 로런스 블록의 작품도 인상적지만, 스티븐 킹의 작품이 단연 돋보이긴 합니다. 인기에 힘입어 속편으로 작가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골라 소설을 쓴 "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다만, 컨셉이나 장면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의 한계로 지적되는 묵직한 울림이나 깊은 맛은 기대에 못 미치긴 합니다.  "독특하다. 화려하다. 기발하다."로 시선을 끌다가 가볍게 소비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다 읽기엔 버거운 느낌이라면, 취향에 맞게 몇 작품 골라보는 재미로는 충분합니다. 주변에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이야기를 자극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잠깐의 반짝거림으로는 신뢰가 가지도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 아이디어를 무시하곤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가짜 뉴스도 조심해야겠죠. 아주 슬픈 이야기나 힐링이 되는 소설을 찾는 중입니다. 아니면, 당분간의 여백을 채워줄 긴 호흡의 묵직한 고전도 좋겠습니다. 

 

호퍼의 작품들

 

그림은 조용히 감상할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일상을 어지럽히는 바이러스도 잠잠히 사라졌으면 합니다. 곧, 벚꽃이 한창 피어날 시기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