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매드랜드 - Nomadland'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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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매드랜드 - Nomadland' review

디지쿤스트 2021. 5. 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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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노매드랜드'

Nomadland

 

때때로 인생이 쓰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삼키지 못하고 뱉어야 하는 슬픔과 상실에 대한 고통을 안고 떠나야 하는 이들을 위한 영화 'Nomadland'를 봤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내내 노미네이트 되면서, 감독상과 작품상 등을 수상한 이 작품이 궁금하더라고요. 곧 개봉할 마블 영화 '이터널스' 연출을 맡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곱씹어보면 볼수록 씁쓸한 자각을 남기게 합니다.

 

아름다운 화면에 자칫 감상에 빠지기 쉽지만, 영화의 바탕은 원작의 사회비판의 시선 그대로 두길 바랐습니다. 관계, 건강, 경제, 일자리의 상실로 안정적인 생활에서 밀려나 하루하루를 근근이 이어가는 생존을 넘나드는 삶에 동정심이나 감성을 함부로 덧붙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감성 어린 캠핑과는 거리가 먼, 생존의 언저리에서 스스로의 하루를 지켜가야 하는 생활을 감히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석고보드 회사가 문을 닫으며, 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집을 비우고 떠났습니다. 하지만, 펀은 죽은 남편의 기억을 버리지 못해 혼자 버티는 삶을 택했죠. 그녀는 연금보다 일자리를 원합니다. 추위에 노출된 그녀에게 선택권은 없어 보였어요. 추위를 피해 하루를 버티고, 밤을 지낼 곳을 찾아다녀야 하는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두려움과 불안이 화면에 채워집니다. 그런데도, 시선은 자꾸만 감상에 빠져 주인공의 현실을 망각하게 합니다. 방관이 주는 경고에 대해 서늘한 자신을 발견해야 하는 것은 관객의 몫인가 봅니다.

 

 

 

 

사막 한가운데 가시를 세우고 서 있는 선인장, 언젠가 생존했을지 모르는 공룡 조형물, 수 백 년의 시간을 한자리에 머물러 뿌리내리고 있는 거대한 나무, 돌, 파도들에 넋을 놓고 시선을 뺏겼습니다.


영화는 내내 주인공인 펀의 시선에서 떼지 않고 그녀를 중심으로 화면이 채워집니다. 길 위에 삶에서 치유를 위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만나기도 하고, 가족단위로 여행을 오는 캠핑장에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시선에 감정이입을 해야 하는 관객석에 앉아서도 자꾸만 이탈하는 시선을 자각합니다. 그리고, 안정된 곳에서 잠시 쉬며, 뭐라도 배우고 더 나은 삶을 위해 시도하지 왜 저리 척박한 삶을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을까, 불평 어린 마음도 내비치더라고요. 


그런 마음을 감추고, 동정을 베푼다고 그녀에게 친절로 다가올 리가 없습니다. 그녀는 따뜻한 동정보다 퍽퍽한 자유를 택하며 불안과 공포와 맞섭니다. 저는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보다 무엇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일까 오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제가 혼자 남겨질 때, 또는 누군가 혼자 남겨놓고 떠나야할 때를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길 위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함께 걷고 있다는 걸 되새기게 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