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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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그림을 통해 읽는 독서의 역사'

디지쿤스트 2018. 10. 3. 15:51

책 읽고 있는 마를린 먼로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책 읽는 여자들의 매력에 빠진다 



이 책은 13세기에서 21세기까지, 성경을 든 성녀 마리아에서 《율리시스》를 읽고 있는 메릴린 먼로까지 수많은 예술가를 사로잡은 책 읽는 여자들의 그림을 통해 독서의 역사를 추적한다. 역사적으로 여성이 자유롭게 책을 선택해 독서를 하는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동안은 주어진 책(남편 혹은 아버지 혹은 남자형제)만을 읽도록 허용된 것이다. 여성들의 책읽기가 남성들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베르메르, 마티스, 고흐, 호퍼 등 수많은 예술가들을 매혹시킨 책 읽는 여자들의 그림을 보는 즐거움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각 화가의 그림을 통해서 시대별로 변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살피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어떤 책도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은밀히 자신의 가운데로 되돌아오게 한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는 “독서는 은밀하게 나홀로 즐길 수 있는 고립의 시간을 준다. 책은 나를 빨아들이고 마음의 먹구름을 지워준다”고 말했다. 책을 읽은 후의 자신은 결코 책을 읽기 전의 자신이 아니라는 말처럼 독서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책 읽는 여자’라는 모티브는 많은 화가들이 즐겨 그린 소재 중의 하나였다. 


책을 읽고 있는 여자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쿠마이의 무녀〉, 렘브란트의 〈책을 읽고 있는 노파〉, 베르메르의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여인〉 등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명화들이다. 그리고 이 외에도 수많은 화가들이 책을 읽고 있는 여자를 그림들을 남겼다. 알베르토 망구엘은 자신의 책 《독서의 역사》에서 “인간은 다시금 자신과 관계를 맺고, 육체가 휴식을 취하도록 놔두고, 자기 자신을 세상 사람이 도달할 수 없으며 볼 수 없는 존재로 만든다”고 서술하였다. 그의 말처럼 독서는 유쾌한 고립 행위다. 책을 읽고 있는 여자들의 모습이 화가들의 그림에 중요한 모티브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읽을 수 있는 자유를 갖기까지 수백 년의 세월이 걸렸다. 처음 책이 나왔을 때는 신의 뜻을 전하거나 진리를 담아놓은 그릇, 소수만이 향유할 수 있는 사치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서히 책에서 진리뿐 아니라 즐거움을 찾으려고 했고, 권력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은 독서에 몰두하는 것을 일종의 정신병으로 몰며 여자와 아이들이 책에 탐닉하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여자들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무한한 공간을 확보하게 되면서 여자들은 달라졌다. 여자들은 빠른 속도로 책에 매료되었다. 통제 불가능한 그녀의 시선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남아 끊임없이 반복 재생산되는 것이다. 



책 읽는 여자가 위험하다는 것은, 그녀들 자체로 위험하다는 것이 아니다. 이제 그녀들이 원하는 남자들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는 여자들은 결국 책을 읽는 남자, 아니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는 남자를 원한다. 책을 읽으면서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고, 책으로 혹은 자신의 판단으로 얻은 그 무언가를 서로 나눌 수 있을 때 뭔가 새로운 기쁨과 행복을 가질 수 있다. 이 책에서도 잘 지적하다시피 21세기 시대는 영상의 시대다. 이전 시대는 종교의 관념 그 자체가 모든 것을 지배했지만, 다시 이제 이미지의 세계가 인간의 관념을 지배한다. 그런 와중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속의 흐름에 부유하는 인간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자신의 항로를 찾아가는 사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