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본다는 것
렘브란트의 자화상 연작 중에서도, 켄우드하우스의 자화상은 특히 코를 중심으로 삼아 화면 전체로 퍼져나가는 느낌을 준다. 붉은 물감이 튄 것처럼 보이는 코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듯 당당해서, 보고 있자니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그러나 인생의 경험이 마술처럼 예술로 변하는 과정에 우리는 경탄할 수밖에 없다.
저 딸기코가 나를 꾸짖는다. 그러고는 문득 깨닫는다. 내 도덕률은 얼마나 부박한가. 게다가 옹졸하기 그지없는 소갈머리에, 미술사가라는 업은 또 얼마나 하찮은지. 렘브란트라는 위대하면서도 겸손한 천재는 이 미술사가에게 이렇게 경고하는 듯하다.
“그 입 다물라.” 렘브란트 〈자화상〉
이 책을 보고 느끼게 되는 것은 '그림, 정말 아는 만큼만 보인다!' 라는 것이다. 그림을 보는 마음이야말로 그림을 대하는 가장 중요한 자세가 아닐까. 지금까지 보던 것과 다른, 한 층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명작이 간직한 감동의 비밀을 밝혀내려는 저자의 집요함은 경이로울 지경이다. 그림을 그린 작가의 감춰진 생애와 무의식까지 파헤칠 때 그 놀라움은 절정에 이른다. 케네스 클라크와 함께라면 작품의 진면목에 쉽게 다가갈 테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그림을 이해하는 것, 그것은 작가의 온 생애를 이해하는 것이다. 작가의 고뇌, 애정, 운명, 인간 관계, 사회적 관계, 경제적 배경까지 다 이해하고서야 그림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해석을 통해 독자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과 ‘그림을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열여섯 점의 위대한 그림들을 신중하게 선택한 저자는 그림 앞에서 감동하고 분석하고 추론하고 마음에 새기는 과정을 차근차근 풀어 놓는다. 그 그림들이 왜 위대한지, 어떻게 우리의 영혼에 활력을 주는지, 무엇이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지 안내해 주는 것이다. ‘그림을 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는 말이다. (p.328)”
“초상화의 구성이 단순하다는 생각은 흔히 착각이다. 모든 화가는 그림을 그릴 때 자연스러우면서도 위엄이 있고, 안정되면서도 역동적인 자세를 만들어 내는 게 얼마나 까다로운 문제인지 잘 알고 있다.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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