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잘 그린다'는 기준에 대해

일상

'그림을 잘 그린다'는 기준에 대해

디지쿤스트 2020. 2. 21. 01:52

"그림 실력이란 무엇인가"

 

성공법에 대한 책들은 넘칩니다. 실제로는 책의 내용만으로 성공하지 못합니다. '성공'이란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림의 세계에선 잘 그린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제 지인 중에는 그림을 좋아한다고 하시면서, 전시회에 명화를 보러 다니시는 분이 있습니다. 저도 예술을 좋아하지만, 전시장까지 찾아다닐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분 말씀이 일러스트 그림이나 캐릭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유치하고, 성숙하지 못한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 말이 좀 의아했습니다. 그림이나 예술의 가치 기준이 무얼까 하고 말입니다. 사실적으로 똑같이 그리는 기술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그것을 창작이나 예술이라고 하기엔 저는 좀 애매한 느낌이 있습니다. 열심히 본인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표현하더라도 어딘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그것도 잘 그린 그림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시대를 지나면서 그림은 사실적 기록을 하는 것 이외에 작가의 의도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색감과 라인, 구도로 분위기를 자아내거나 강조, 원근법, 생략 등을 통해 자신이 담고자 하는 의도보다 보는 이로 하여금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그리기도 합니다. 

그림을 배우다 보면 보이는 대로 다 그리거나, 여백을 가득 채워 담아내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지곤 합니다. 어느 한 부위를 강조를 하고 싶더라도 전체적인 균형과 규칙, 질서를 무시해서도 안됩니다. 이렇듯 그림의 경우도  파고들어 알면 알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래서, 미술을 전공한 사람보다 비전공자들이 그림을 쉽게 그리는 방법을 강조하며 더 많은 활약을 할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상하게 서점을 가보면 비전공자들의 '그림 쉽게 그리는 방법'이란 책들이 환영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림을 전공하고 실력이 좋은 작가일수록 자신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 말하지 않으며, 잘 그리는 것이 결코 쉽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느 취미 클래스 강의를 보더라도 비전공자들의 강의가 더 인기가 좋기도 합니다. 그 이유가 뭘까 고민을 해보면,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이 배우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리는 것 자제를 즐겁게 즐기고 있는 사람 곁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까닭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림은 금방 능숙해지지 않는다.]

개인 맞춤형 그림 트레이닝북

 

 

 

 

오늘 읽은 이 책은 매뉴얼이나 기법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그림에 대한 본질을 건드려 '왜 그리는 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더불어 그림 실력 향상에 필요한 8가지, 직업에 따라 필요한 요소, 부족한 것을 채워가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배우는 기술을 익혔어도 막상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 막연하게 느껴질 때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수 미술 외에 다른 미술 영역에서 집중해야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더 파악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렵거나 심오한 내용을 다루진 아니지만, 그림이란 큰 틀에서 자신만의 윤곽을 잡는 데 도움을 줍니다. 넓은 바다에서 닥치는 대로 그물과 낚샛대, 고깃배, 미끼에 대해 전부 배우려는 것은 무모한 일입니다. 자신이 잡고자 하는 물고기를 찾는 것, 그것에 대비하는 스킬을 파악하는 것처럼 분야를 나눠 효율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럴 것이다'라고 짐작으로만 알던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글로 읽으니 신선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