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 틀어도 재미가 없고, 아무 의욕도 나지가 않습니다. 울적한 기분으로 지내다가도 고양이의 재롱에 웃게 됩니다. 백일이 지난 고양이는 요즘 이가 가려워서 손을 자꾸 깨물어댑니다. 자고 있을 때가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다행인 것은 고양이는 하루 중 대부분을 잔다는 사실입니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찾아보는 것이 스트레스입니다. 정보를 얻기는커녕, 되려 스트레스와 불안이 쌓이곤 합니다. 민감한 시기엔 인터넷보다 차라리 티비가 나은 것 같습니다. 반강제적으로 집에서 지내게 되면서, 밀린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마루야마 겐지의 "취미 있는 인생"이란 에세이입니다.
취미 있는 인생 / 마루야마 겐지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마음가짐은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배우자나 주변인들에게도 정신 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낙천주의자인 사람은 물론, 함께 사는 배우자 역시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그리고 인지능력 저하 등을 겪을 위험이 더 적었답니다. 이런 실험을 한 Chopik 박사는 “낙천주의자들은 더 잘 먹고, 더 활동적이고, 예방적 건강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건강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발표했습니다. 긍정적인 분위기의 가정환경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에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라고 합니다.
자신의 단조로운 일상을 긍정적으로 채우는 것에는 취미만큼 좋은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초해 산속에 은둔하는 작가의 일상은 상상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은은하게 우린 차를 마시고, 명상을 하거나 산책을 하다가 글에만 집중하며 뾰족한 글을 쓰는 침엽수 같은 삶이 상상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제 사정으로 반강제적으로 손수 정원을 꾸미고 나무를 관리하고, 산악 오토바이를 타고, 낚시를 즐기는 등 취미 있는 일상을 살아갑니다. 눈이 펑펑 내린 날에는 지붕 위에 올라가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 같은 기분을 만끽한다고도 합니다. 그의 다른 글과는 다른 느낌의 기록들입니다. 평범한 산 아저씨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만, 작가라서 음악을 듣는 취미를 포기하고, 정적을 택한 퍽퍽한 일상이지만 그의 취미 생활을 통해 그가 어두운 일상만을 고집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만의 취미를 즐기는 사람을 보면 어딘가 신이 난 듯 보여도, 취미에 빠져 있는 만큼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가족, 직업, 자기 관리를 해야 하는 치열함과 떨어지고 싶어 회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작가 또한 그런 시선을 지니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은연중에 찾게 된 '취미 있는 인생'은 그의 직업과 맞물리면서 선택한 더 다양한 관계를 맺고, 다각적인 관점을 지니게 되고 그것이 또 직업에까지 영향을 주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의 취향과는 거리가 먼 내용들만 나열되어 있어서, 우연이라도 마주칠 리 없는 작가의 일상을 책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의미가 된 것 같습니다.
마냥 낙관적이거나 무관심한 편이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위기 상황에 둔감한 것도 문제지만, 매사 부정적인 시선과 말투로 자신의 분노에 공감하길 바라는 것도 곁에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덜 예민하고, 둔감한 척 보이지만 진지한 성격의 배우자나 직장 동료와 일상을 함께 한다면, 위기 상황에서도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더 현명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사, 선택엔 갈림길이 있고, 그것이 운명을 만들어갑니다. 그래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 더 끌리는 건 본능과도 같은가 봅니다.
소설가와 오토바이를 타고 산 속을 달리는 취미는 정말 찰떡 궁합인 것 같습니다. 그가 오토바이를 타며 인생을 배우게 된 내용들에 공감이 갑니다. 무척 호기심이 동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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