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술시간에 가르쳐 주지 않는(못하는?) 그들만의 평범하지 않은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들.
가끔 이해하기 난해한 작품들을 접하면서 천재성을 논의하곤 하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작가의 설명대로 예전처럼 그들의 작품을 대하긴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시는 미술작품들을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감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p9)
작가 엘리자베스 런데이는 미술과 건축, 도시설계, 음악, 문학 전문 작가로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글쓰기가 가능하다고 한다. 예술을 사랑하지만 너무 심오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 말처럼 예술가들의 사생활을 폭로함으로써 그들의 예술적 무게가 덜어질 수 있을까. 아니면 그의 인간적인 내면의 고민이 평범한 우리들과 같다고 위로 받을 수 있을까. 읽는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아뭏든 예술가들을 대할 때 예전과 같지 않다는 그녀의 한 가지 주장은 통한 것 같다.
우선 때로는 위험하고, 추하기까지한 그들의 시련과 상처를 아는 것은 그들의 작품 배경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그들 또한 혼란 속에서 위대한 예술을 탄생시켰음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우리가 명화라고 꼽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쁘지 않은 몸매와 균형에 맞지 않는 얼굴로 아직까지도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기도 하다. 오히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묘한 모습에서 비너스의 우아함과 모나리자의 신비로움을 발하고 있다니 좀 아이러니하단 생각이 든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그린 미켈란젤로는 교황들의 명령을 어길 정도로 배짱이 두둑했고, 동료들을 조롱하기를 좋아했으며, 몸에 악취가 나 주위 사람들을 괴롭게 했다. 카라바조는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는 사람과 싸워 그를 살해해서 살해자로 낙인찍힌 사람이었으며, 앙리 루소는 절도와 사기 행각을 지닌 전과자였다.
마네와 로댕과 피카소는 지독한 오입쟁이였으며, 미켈란젤로와 에드가르 드가는 금욕주의자들이었거나 여성 혐오증을 가진 남성이었으며, 앤디 워홀은 동성애자였다. 에드워드 호퍼는 가정 폭력범으로 아내를 구타했으며, 또한 폴 세잔과 더불어 과묵하여 말을 잘 하지 않는 화가였다.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화가로 정치적인 격변을 무수히 겪어 교수형에 처해질뻔했으며, 앤디 워홀은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 출세를 하고 싶어 했고 페미니스트에게 총격을 받아 죽을 뻔하다가 살아나기도 했다. 에드바르 뭉크는 가족의 죽음과 불행으로 항상 우울증과 불안 속에서 살면서 그런 심리를 그림으로 음울하게 그려냈지만, 유대인으로서 삶의 굴곡을 겪은 마르크 샤갈은 암담한 자신의 삶을 우울하게만 그려내지 않고 아름답고 활기차게 표현해 내기도 했다. 유명한 멕시코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의 영화 같은 사랑 이야기와 그들의 작품 속에 녹아낸 예술에 대한 열정은 그들을 영웅시 하게 되었다. 심한 알코올중독자 잭슨 폴록과 마약 중독자 앤디 워홀은 현대 디자인과 대중문화의 시초가 되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 무엇일까? 피카소의 <피리부는 소년>도 아니고, 반고흐의 <가셰 박사의 초상>도 아닌, 잭슨 폴록의 작품이었다.
바로 이 그림이 잭슨폴락의 그림 No.5이다.
얼핏 보면 도화지에 물감을 짜고 빨대로 자유롭게(아무렇게나) 휙휙 불거나 아주 묽게 물감을 만들어 흘리기를 한 듯한 액션 페인팅이 최고의 그림이었다. 윌렘 드 쿠닝과 함께 미국 추상주의의 대가인 잭슨폴락은 이혼과 작품에 대한 스트레스,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지 못해 교통사고로 44세란 나이로 일찍 생을 마감했다.
편안하고 안락하게 부를 누리면서 살아간 소수의 예술가들도 있지만 이렇게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엄청난 혼란과 고통 속에서 살았다. 이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들도 한 인간이었고, 어렵고 난해한 작품을 이해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보다는 그냥 좀 안쓰럽고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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