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를)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건강정보

(취미를)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디지쿤스트 2020. 9. 19. 01:32

잠을 줄이고, 밥 먹을 시간도 놓쳐도 상관없고, 내가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택배 상자엔 무엇이 담겨 오는지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을 만큼 비밀스러운 연애를 즐길 때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전 늘 그렇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수북이 쌓아둔 나만의 책장 속의 책들에게는 우리만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고, 먼지와 눈총을 피해 음지에 보관된 취미용품들이 그렇습니다. 때로는 사랑은 반짝하고 살아질 때도 있는데, 꿈에 등장한 스토리 자체와 사랑에 빠져 되새겨보고 싶어서 집착을 해서 알아보지도 못하는 글씨체로 꼬부랑 거릴 때가 있어요.





표정 없는 얼굴로도 내 마음에 돌을 던져 마음을 뺏을 때도 있습니다. 종종 그것들은 사악한 몸값을 자랑하며 오랜 기다림을 안겨줄 때도 있어요. 얼마나 사랑하고, 얼마나 간절한지를 시험하는 몹쓸 존재라는 걸 압니다. 그걸 알면서도 얼마나 사랑하는 지, 말하라면 아마 소설 12권은 쓸 수 있을 것도 같아요. 요즘의 그것들은 주로 인형과 뜨개실로 대체되어 제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매 순간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버티는 상태지만, 최고의 연인이 되어주지 못해서 늘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해가 서쪽에서 떠오르는 일도 없었고, 나로 인해 울거나 다치는 사람도 없었어요. 나로 인해 누군가는 불편했을 수 있지만. (점점 늘어나는 실체로 인해) 대부분 평화로웠고, 한동안 만족스러운 나로 인해 더 그러해졌을 겁니다. 


늘 열심히 성심을 다해 사랑했고, 성실했고, 표현했고 모든 걸 더 주려고 노력했어요. 누군가의 따가운 잔소리와 충고 또한 아무렇지 않게 들렸어요. 사는 게 이처럼 사랑으로 충만할 수 있는 데, 왜 남들에게 피해를 주며 아픔과 고통을 전이시키며 살아가야 하나요?


전 이대로 계속 사랑하며 살고 싶어요. 다만, 지금의 대상이 저로 인해서 더 행복하고 반짝반짝 빛나길, 그리고 내 사랑으로 조금 외로워졌을 주변인들 역시 저처럼 어떤 대상을 대가 없이 사랑하는 경험을 하고 살았으면 합니다. 

누군가 그런 짜릿한 비밀하나 품고 살아가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