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떡, 추석 앞두고 주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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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떡, 추석 앞두고 주문한 이유

디지쿤스트 2020. 9. 22. 05:14


떡 좋아하시나요? 추석 앞두고 시루떡 한 박스를 주문했어요. 한 말? 한 되? 주문 단위를 잘 모르겠습니다. 떡을 거의 안 먹는 사람이라서, 제가 직접 주문한 떡으로는 두 번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끔 꿀떡이나 깨설탕 들어간 송편 정도는 조금 먹는 편인데, 떡집을 지나다가 계획에도 없이 덜컹 주문을 했습니다. 

안에 꿀이 들어간 시루떡은 처음 봅니다. 통단팥이 씹히는 맛과 꿀이 어울려, 달달하니 맛있지만, 저는 공복에 한 조각 먹기도 버겁네요. 요즘 머릿속도 심난하고,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집중도 잘 안되고, 마음이 어수선하여서 갈피를 못 잡고 잡히는 대로, 손가는 대로 이것저것 손을 대다가 심신이 지쳐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안녕과 안정을 위해 떡을 먹는 건 다소 에바스럽지만, 시루떡 정보를 찾다 보니 점점 시루떡에게 납득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시루떡, 사랑해!

 


 

시루떡은 언제 먹을까?


보통, 이사나 개업을 하거나 결혼함 받을 때 등 각종 경조사에 액운을 막아주는 의미로 즐겨 먹었다는 시루떡, 그리고 평상시에도 쌀쌀해지는 시월쯤 날을 잡아 가신에게 의례를 올리며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시루떡을 먹기도 했답니다. 햅쌀과 오곡의 추수가 끝나는 가을쯤이었으니, 떡도 더 맛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 풍습을 믿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의미도 있을 것 같고요. 남들에게 자랑이나 하소연할 때는 그냥 남의 시간을 뺏으면 민폐잖아요. 이사했다고, 좋은 일 있다면서 주변분들에게 자랑만 하는 것보다는 떡이라도 돌리며 더불어 축하의 응원도 받고, 안녕을 기원받는 거죠. 저도 남은 떡은 나눠 먹으려고 포장을 해두었어요. 

 

케잌은 한 판에 3만 원 넘어도 버릴 것 각오하고 사는데, 떡은 한 단위 시키기가 왜 이렇게 부담스러울까요. 명절 때마다 못 먹고 냉동실에 쌓아둔 떡과 마주하다 보니 그럴까요. 케잌 남는 건 버려도 죄책감이 덜한데, 떡을 버리는 건 괜히 눈치가 보여요. 할머님이 살아계셨다면 아마 크게 혼쭐이 났을 겁니다. 예전에 할머님이 무시루떡, 상추시루떡 해 주신 기억이 있어요. 

일을 시작하면서 마음을 다잡으며 떡을 주문한 건 처음이지만, 괜히 든든하네요. 떡을 든든히 먹어서 그런 거겠죠? 저희 조상님들은 참, 현명하셨던 것 같습니다. 큰 대소사를 앞두고 기쁨보다는 불안과 걱정이 앞섰을 텐데, 그 불안한 마음과 우울감을 떡을 나누며 슬기롭게 해소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남 탓이나 자신의 운명을 탓하며 축축 쳐져 있는 것보다 떡을 나누며 위로도 받고 덕담도 받으며 서로의 안녕을 기원해주며 인정을 키웠던 게 아니었을까요. 요즘은 코로나 언텍트 시대에 접어들면서, 떡을 돌리면서도 현관문 앞에 걸어두고 온답니다. 

안녕과 안정, 요즘 그것처럼 절실한 단어가 있을까요. 달달한 떡 먹으면서 힘내겠습니다.